
주식투자를 본업과 병행하다 보니 어느 순간 두 가지 모두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나는 주식을 너무 좋아했다. 결국 한 번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전업투자의 길을 선택했다.
물론 시장이 좋았던 덕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느끼는 것은 하나다.
투자에서 배움은 끝이 없다.
주식시장은 우상향하지만, 그 과정은 직선이 아니다
『피싱의 경제학』이라는 좋은 책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고, 나 역시 그동안 책에서 말하는 행동들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내용을 주식시장에 대입해보면 이런 믿음을 떠올릴 수 있다.
주식시장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
떨어져도 결국 다시 오른다.
틀린 말은 아니다. 자본시장은 성장하는 구조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식시장이 우상향해왔다는 사실도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중간 과정이다.
시장은 장기적으로 상승하더라도 중간중간 큰 크래시가 발생한다. 단 며칠간의 급락만으로도 주가가 몇 달 전, 심하면 몇 년 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다.
나는 지금까지 그런 급락 구간을 비교적 잘 피해왔다. 이제는 단순히 피하는 것을 넘어, 미리 대비하는 투자자가 되려고 한다.
감각만으로 큰 부자가 될 수 없는 이유
내가 지금까지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손실을 피하려는 성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말로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시장에 대한 감각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최근 인버스에 투자하고 보유 종목을 줄였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시장의 순환매와 자금 흐름을 관찰했고, 그에 대한 생각을 블로그에 기록했다.
그런데 이런 감각이 있다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그럼에도 나는 왜 큰 부자가 되지 못했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주식시장은 방향이 정해져 있더라도 그 방향으로 일직선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락이 예상된다고 해서 바로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 상승이 예상된다고 해서 쉬지 않고 오르는 것도 아니다. 방향을 맞히는 것과 실제로 돈을 버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오늘 소량으로 보유하고 있던 한국 증시와 미국 증시의 숏 포지션을 모두 정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확증편향이 투자를 망친다
과거 인버스 투자에 깊이 빠졌을 때의 일이다.
시장이 충분히 하락해 인버스를 정리하고 우량기업을 매수해야 할 시점이었지만, 오히려 인버스 비중을 더 크게 늘렸다.
처음 예상했던 하락이 실제로 나오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금융위기가 시작될 것이다.
인버스를 더 공격적으로 매수해야 한다.
반등이 나오더라도 데드캣 바운스일 뿐이다.
예측이 맞았다는 경험이 확신으로 변했고, 그 확신은 다시 확증편향으로 이어졌다.
투자자가 확증편향에 빠지면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받아들이게 된다. 반대되는 신호가 나타나도 무시하고, 시장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이런 실수를 수없이 반복했다.
실수한 뒤 보완하고, 보완했다고 생각한 부분에서 다시 실수했다. 같은 과정이 계속 반복됐다. 그래도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반복되는 실수에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같은 잘못을 줄여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투자 실력은 실수를 하지 않는 능력이 아니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능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순환매인가, 시장 안의 수건돌리기인가
처음 반도체 섹터가 하락했을 때는 다른 섹터가 상승했다.
당시에는 이를 건강한 순환매라고 판단했다. 특정 업종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다른 업종으로 이동하면서 시장 전체의 상승 흐름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7월 시장을 계속 지켜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시장에 새로운 자금이 강하게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자금이 시장 안에서 수건돌리기처럼 섹터를 옮겨 다니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포지션을 조금 더 방어적으로 변경했다.
물론 이 판단이 반드시 맞는다는 보장은 없다.
주식시장은 예측하기 어려운 곳이다. 앞으로 시장에 강한 자금이 다시 유입된다면 나 역시 방어적인 포지션을 고집하지 않고 공격적인 트레이딩으로 전환할 생각이다.
중요한 것은 특정 전망을 끝까지 믿는 것이 아니다.
시장 상황이 바뀌면 내 포지션도 바뀌어야 한다.
예측을 기다리는 매매가 아니라 시나리오에 대응하는 매매
이 글을 우연히 읽는 사람 중에는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핵심은 간단하다.
주식투자는 하나의 미래를 단정하는 일이 아니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미리 작성하고, 실제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확인하면서 대응하는 일이다.
예측한 미래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매매를 해서는 안 된다.
하락을 예상했더라도 시장이 상승한다면 그 흐름을 인정해야 한다. 상승을 예상했더라도 시장의 자금이 빠져나간다면 방어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시장은 내 생각을 확인해주는 곳이 아니다. 내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보여주는 곳이다.
현재의 포지션은 5대5 바벨 전략
현재 내가 취하고 있는 포지션은 바벨 전략이다.
쉽게 말하면 A와 B의 비중을 각각 5대5로 유지하는 방식이다. 한쪽에는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을 두고, 다른 한쪽에는 현금이나 방어적인 자산을 둔다.
주식시장이 폭락하면 A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줄어든다. 이때 B의 일부를 줄이고 A를 매수해 다시 5대5 비중을 맞춘다.
반대로 주식시장이 버블에 가까울 정도로 크게 상승하면 A의 비중이 늘어난다. 이때는 상승한 A의 일부를 줄이고 B로 옮겨 다시 균형을 맞춘다.
이 전략으로 단기간에 엄청난 부자가 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시장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가능성은 높아진다.
그리고 시장에서 끝까지 살아남아야만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폭락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 주식시장의 분위기가 좋지 않더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주식투자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시장이 폭락할 때면 꼭 연락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도 있고, 속으로 내가 손실을 보기를 기대하는 사람도 있으며, 도움을 구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시장 폭락으로 큰돈을 잃어본 적이 많지 않다.
오히려 큰 하락은 대부분 좋은 기회가 되어주었다.
나는 하락장에서 기회를 찾고, 상승장이 시작되면 그 기회를 더 큰 수익으로 연결하려고 한다. 물론 이것이 항상 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몰빵하지 않고, 언제든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비중을 조절한다.
대중의 환호와 공포를 관찰하라
이 글을 우연히 읽게 된 사람에게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다.
대중이 움직이는 방향을 무조건 따라가지 말고, 그 분위기를 한 번쯤 반대로 바라보길 바란다.
나는 평소 주식과 코인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갑자기 투자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면 시장의 과열 가능성을 의심한다. 반대로 커뮤니티가 공포와 비관으로 가득 차면 조금씩 매수 기회를 찾는다.
남들이 환호할 때 주식을 조금씩 정리하고, 남들이 공포에 떨 때 주식을 조금씩 매수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조금씩’이라는 표현이다.
아무리 큰 하락이 예상되더라도 시장은 바로 하락하지 않을 수 있다. 상승이 예상돼도 쉬지 않고 오르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한 번에 모든 자금을 투입해서는 안 된다.
최근 한국시장처럼 주가가 쉬지 않고 상승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지나치게 가파른 상승 자체가 하나의 이상 신호가 될 수 있다. 나는 그런 신호를 보고 하락 가능성을 예상해 숏 포지션을 잡았다.
다만 예상과 실제 대응은 별개다. 시장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인다면 포지션을 줄이고 다시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
시장은 교과서적이면서도 예측할 수 없다
주식시장은 교과서적인 원리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하는 곳이다.
과열 뒤에는 조정이 오고, 공포 뒤에는 반등이 나타난다. 하지만 그 시점과 규모는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블랙스완은 언제든 존재한다.
그래서 시장의 방향을 고민해야 하지만, 하나의 방향에 모든 것을 걸어서는 안 된다.
예측보다 중요한 것은 대응이고, 수익보다 먼저 지켜야 하는 것은 생존이다.
나는 크게 부자가 되기 위해 시장에 남아 있는 것이 아니다.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시장에 남아 있고, 살아남아야만 찾아오는 큰 기회를 잡기 위해 투자한다.